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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공지사항
제목 고석준 신부님의 편지 날짜 2003.07.23 14:35
글쓴이 도마회 조회 499
서울 혜화동 신학교에 들어서서 오른 쪽으로 돌면 제가 살고 있는 지혜관으로 내려갑니다.
그 길목에 신학생들을 위한 경구가 하나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주님의 말씀을 명심하도록. (사도 20,35)

날마다 몇 번씩 이 길을 지나며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되새기게 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작고 큰 경험을 통해 그 행복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도마회가 이런 주님의 말씀을 살고 있기에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일년에 두 번 도마회의 봄나물 잔치와 옥수수 잔치에 참여하다 보면
과연 우리가 주는 쪽인지 받는 쪽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정성을 모아 가져간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천상 은혜는 접어두더라도
우리가 받는 환대와 음식 대접은 아무리 생각해도 분에 넘칩니다.
저 같으면 차라리 안 받고 말겠다 할 정도로 힘든 준비와 정성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라면 서로 주었다 받았다 하지 않습니다.
도마회의 잔치를 통해, 우리는 정녕 한 형제요 한 가족임을 확인하게 되니,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요, 주고받고 하는 분별조차가 없어집니다.
우리가 준다 해도 실은 몽땅 주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주는 것이요,
우리가 받는다 해도 몽땅 주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니,
작은 정성 주고받는 데에도 기도가 흐릅니다.

이번 옥수수 잔치는 용소막 성당에서 열립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이 성당은
꼭 100년 전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파견된 불란서 신부님께서 지으신 유서 깊은 성당입니다. 원
주에서 제천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보면
오른 쪽 산등성이 끝에 명동성당의 축소판 같은 붉은 벽돌의 성당이 서 있습니다.
치악산 줄기가 용의 형상이라며 이 성당 자리가 바로 용의 발톱이 된다고 합니다.
명동, 중림동, 용산, 그리고 용소막, 이렇게 성당 터를 잡는 불란서 신부님들의 안목을 보면 우
리의 풍수지리가 무색해지는 것입니다.
(하기사 성당 하나 못 지으면서 풍수지리를 꿰뚫으면 뭘 합니까?)
이 성당을 짓기 위해 당시 신부님들께서는 나비를 잡아 박제하여
고향 불란서에 가져가 팔아서 건축 기금을 마련했다고 해서,
이 성당을 나비 성당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이 성당에 오셔서 벽돌 한 장을 눌러 보십시오.
땅 끝과 같은 멀고 먼 곳, 생면부지 남의 나라 백성의 영혼을 구하고자
치악산을 오르내리시며 이 터를 잡으시고 나비 채로 성당을 지으시던
선교사 신부님들의 열정과 정성이 배어날 것입니다.
이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십시오.
우리 도마회의 주보이신 최양업 도마 신부님의 숨이 들릴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좋은 뜻에는 큰 격려가 될 것이며,
행여나 무언가 주러 왔다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마음이 있었다면,
그 마음은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심을 발하게 될 것이고 참 겸손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 학근 베네딕도 신부님께서 사목하고 계십니다.
최 기식 신부님보다 여섯 해나 먼저 사제가 되신 원로이시니,
이날 이 어르신께서 강론하시는 목소리만 들으셔도,
과연 이 날은 옥수수를 나누는 잔치만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살찌는 축복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이날 8월 17일은 158년 전, 성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께서 사제 서품을 받으신 날,
단군의 자손 중에 첫 사제가 생긴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얼마 전 새로 도마회원이 되신 맹인 한 분이 영세를 받으실 것입니다.
이분과 함께, 이 분을 위해서, 우리도 새삼 신앙을 고백하면서
영세의 은총을 갱신하고, 김 대건 성인의 전구를 받아, 마음의 눈이 뜨이기를 축원합니다.


2003년 7월 23일
고 석준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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