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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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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가점, 아니 차쿠의 아침(6) 날짜 2016.04.05 18:35
글쓴이 관리자 조회 485

“하하하, 엊그제 추수감사절 때 말이야.”

“네에, 신부님!”

베르뇌 본당 신부가 추수감사절이란 말을 꺼냈을 때 양업의 머릿속에는 벌써 이별이란 글자가 스쳤다. 3년 전 소팔가자를 떠났을 때도 이 무렵이었다. 그때 동행했던 메스트르 신부도 한 달 전부터 차쿠에 합류해 있는데 언제든지 조선 입국을 시도하겠다는 뜻이었다.

“동차쿠에서 추수감사 예물이라고 닭 한 마릴 봉헌했잖아! 미사 때 풀려 꼬꼬댁대며 돌아다닐 땐 땀이 나더라고. 메스트르 신부님, 그 암탉… 알 내먹기로 했어요.”

베르뇌 신부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겠지요, 계란 보는 재미도….”

“봐서 몇 마리 더 사다 키울랍니다.”

“아예 양계장 만드시게?”

“신선한 계란 하나씩 좋지요. 말이야 이 계란 하나만은 만국이 같다는 게 어찌나 고마운지, 안 그런가 최 신부님?” 양업은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3년 전 변문에 도착해 처참한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대건의 부음은 어제 일만 같다.

지난달부터 그 변문에 사람을 넣었는데 예정대로라면 이달 내에 조선 측의 구체적인 계획을 가져올 것이다. 성탄을 차쿠에서 보낼지 그 전에 뜨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압록강은 얼어야 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입국해야 한다. 대건처럼 소 떼에 끼는 위험이라도 감수해야 한다.’

수심 깊은 단동 앞이 12월에도 얼지 않는다면 역시 구련성 쪽이 좋을 것이다. 이성계 장군이 군사를 돌렸다는 위화도를 거슬러 반 시간 거리의 일대는 아직도 눈에 훤하다. 13년 전 유학 나올 때도 그랬지만 얖은 데다 뭣보다 군데군데 섬들이 연결되어 조기 빙결된다. 섬이 많을수록 유리한 점이 풀숲에 숨어 서너 개를 지나다 보면 감쪽같은 것이다. 아무튼, 단독행동은 금물이고 반드시 페레올 주교의 안배에 맞춰야 한다. 무작정 입국부터 했다간 대건처럼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최 신부님,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리해?”

급기야 베르뇌 신부가 채근해 왔다.

“아마 조선 입국일 겁니다. 그러니 저러지…. 우리가 3년 전 꼭 이맘때 변문으로 출발했거든요.”

대신 대답해 주는 메스트르 신부에게 양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 페레올 주교님도 최 신부가 아쉬울 거야. 몸도 성치 않으신데 행색 숨겨가며 팔도를 순회한다는 게… 그 자체가 기적이지!”

“연락원이… 오기로 했어요. 계획을 가져올 텐데 사신 일행에 끼여 오겠지요.”

양업은 꼭꼭 씹는 듯이 답했다.

“긴장되겠구먼…. 그래, 조아요. 오늘부터 나도 두 분 입국하는 날까지 특별 기도를 해야겠네요. 올 1849년 대림정 기도지향은 ‘조선 선교사 입국’으로 해야겠어!”

메스트르 신부도 상기되더니

“그걸… 우리… ‘차쿠의 아침’이라 해볼까요, 조선 입국 계획을!”

하고 제안한다.

“오우 좋은데요, 무슨 작전명 같고?”

장 베르뇌 신부는 손뼉까지 치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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