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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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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쿠의 아침-길잡이 범 요한(5) 날짜 2015.02.23 15:49
글쓴이 관리자 조회 233

?“이 배락 맞아 디질 양놈의 새끼야, 오사럴 느그놈덜 한패이지, 아큐 그 작것이 그르드라, 십자가 목걸이 찾으러 올 인간 하나 있을 거이다. 염병할 눔아 천치 모지린 줄 아나, 니들 종교하고 아편하고 하냥 들어온 것을, 푸리튀테한 눈구녁을 쭈새가꼬 볼아묵어 불랑게. 코쟁이 코를 뽀사불어 깨고랑창에 묻어불랑께. 양놈의 꼬봉새끼야 우리 장남 살려내라 우리 둘째 물려내라. 갸들이 월매나 일 잘하고 야물차던 야덜인디 하난 송장되고 하난 산송장이니, 이놈우 새꺄 여그가 어데라고 와, 어데라고. 이비야 가꼬 가라 가꼬 가, 이비야 꼬라지도 뵈기 싫다. 이놈의 십자물견. 대신 새끼야 맞아는 봐라, 디져는 봐라. 우리 집만 당한 거 아니지라, 여기 동서 완툰 왕씨 절반은 느그 아편 땜새 천금거튼 자식 농사 싸그리 망쳤승께. 느놈의 새끼 쥑어는 보라, 어데 붙어먹을 게 없어 아편에 붙어묵냐, 뭣 땀시 왕툰 하필이믄 왕씨냐 말이다? 으흐흑 다른 데로 가라 작것덜아 지발 딴 데로, 우리 좀 살아불랑게. 내 아들덜 어짤 거이냐 어짤 거여? 윳시랑 아편은 내가 다 먹어치월 버릴랑게. 아으흑, 내가 먹고 콱 디져버릴랑게. 어흐으으윽!”

?사투리가 센 중늙은이 노파였다.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팽개치더니 그대로 나자빠져 허연 거품을 문다. 목걸이를 찾으러 왔다니까 갑작스레 왕씨 영감과 두 사내와 번갈아 눈알이 벌게졌었다.

?막 곡소리를 들었는지 서너 명의 사내도 대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십자가 목걸이부터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 멍석 같은 것이 씌워졌는데 퍽, 하고 둔기들이 내려찍히기 시작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멍석 안의 머리부터 감쌌는데 쇠스랑 같은 것이 사정없이 팔뚝을 찔러와서는 머리통도 끝장이겠구나, 라는 생각은 할 겨를조차 없다.

?‘그래도 십자목걸이를 놓쳐선 안 된다.’

?아편중독으로 가족을 잃거나 폐인이 되어버린 왕씨 일가였다. 장정 네다섯이 나 하나를 잡는데 내리치면서도 이를 가는 것 같았다. 전다다가 왕 영감에게 십자가를 준 이유, 나더러 여기 와 찾아보란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이참에 왕 영감도 떠보고 왕툰에 재갈이라도 물리려는 짓이다. 점잖게 대화하던 유한상의 미소가 마적보다 살 떨려왔다. 한 대만 더 맞다가는 정신마저 잃겠다 하는 찰나였다.

?“자, 잠깐만요. 우리 길손일 뿐예요.”

?익은 목소리, 양업 부제였다.

?아마 주모를 통해 내가 여기 있다는 말도 흘렸을 것이다. 아편보다 더러운 아큐 새끼, 어젯밤의 멱살잡이도 놈의 수작임에 분명하다.

?“뭐어? 한패라고, 새끼들이 이제 깡무시를 하는구나. 언제부터 왕툰이 이리 됐나, 기나가는 개들이 다 깐보네. 저놈도 죽여!”

?나에게 쏟아지던 발길질 연장질이 다 양업 부제에게 돌아갔다. 나는 기어서라도 양업 부제에게 가보려 했으나 무릎도 완전히 풀려버린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부제는 참한 일소가 도살장도 아닌 데서 도륙당하는 듯했다. 저러다 목숨 줄이 끊어지시면 어쩌나, 할 정도로 한 대 한 대가 사무친 한풀이였다.

?“그만, 그만하게!”

?왕 영감이 거의 울부짖으려 그들을 막아섰다.

?“두 놈씩은 안 돼! 표시가 나네. 이놈들 뒈지면 뭔 덤터길 씌울 줄 아는가, 그치들 세상 아닌가 벼. 관장동 꼬랑지질하는 걸 봤잖나? 부러 보냈는지 모르지. 앉아 죽을 순 없어 잡부로나 써달란 잘못이지. 떠보든 무마하든 이놈들 잘못될수록 재갈이 물릴 걸세, 더러운 치들…. 어떡하다 천자(황제)님은 수모를 당하셔서…. 아니지, 양 오랑캐보다 못한 도적놈들, 죄다 고죽강적(鼓竹?的:뇌물 받고 아편을 눈감아 주는 공무집행)만 하니 우린 누굴 믿고 살끄나….”

?양업 부제는 성한 곳이 없었다. 나는 오른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지만 양업 부제는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마지막 사내가 “퉤 더러운 아편 놈들!” 하고 뱉은 침이 양업 부제의 이마에 붙었다가 붉게 엉겨 흘러내린다.

?그들은 우리를 질질 끌어내 옥수수 밭둑에 던져버렸다.

?양업 부제에게 기어가 몸을 흔들어 보았더니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울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소리 내어 우는 것보다 옆 사람까지 비집어 대는 속울음이었다. 나 때문에 당한 폭행이라 몸 둘 바를 몰랐다. 처음보는 무안한 광경 앞에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조선은 관(官)에서 박해를 한다는데 여기선 민(民)한테 당해서 그러는가도 싶었다. 되찾은 십자목걸이나 염낭에 넣으며 죄송해예 죄송해예, 란 말만 거푸 하고 있는데 피투성이 입술이 신음소리를 내었다.

?“양민들이 저러는데…앞으로 중국을 어찌합니까, 선량한 주민들이 아편이라 하는데 두고두고… 어쩌시려고요.”

?매를 맞은 것보다 오해받는 예수님 때문이었다. 왜 영국은 아편전쟁을 일으켜 대륙에서 다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지 모르겠다는 원망이 분노처럼 끓어올랐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세 번이나 그분을 모른다고 한 나 같은 부류에게서도 말이다.

?양업 부제는 내가 잃어버렸던 물건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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