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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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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쿠의 아핌-주교 페레올(5) 날짜 2015.03.27 17:35
글쓴이 관리자 조회 194

? 천주강생 1845년 9월 28일

? “근데 말여… 어째 한양 아닌 것 같은데, 돌이 왜 까매?”

? “이거, 일본까지 떠내려온 것 아녀?”

? 사공들의 주고받는 소리에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것이 여기저기엔 야자수까지 분포해 있었다. 누군가가 혹시 무인도가 아니냐고 할 적에 바위 뒤쪽으로 인기척이 들리더니 아낙 서넛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대건이 앞서 나가면 조심스레 물었다.

? “여기가… 어딥니까?”

? “…옵서예….”

? 조선말 같기도 한데 도통 못 알아들을 말이다.

? “어디라구요?”

? 못 알아듣기는 조선인들도 마찬가지였다.

? “당신들… 어디서 왔어요, 뭍에서 왔어요?”

? 그중 한 여자의 말은 좀 나았다.

? “파선해 떠내려왔습니다.”

? “여기 제주도예요! 아이유…무지하게 고생하셨네.”

? 맙소사, 한양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것이다. 그만큼 해류가 빨랐을까, 기막힐 노릇이 제주도까지 떠내려온 것이다. 하마터면 진짜 망망대해의 물귀신이 될 뻔했던 우리는 한양에 도착한 것보다 더 ‘휴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대건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가벼운 목례를 한다. 주교님 건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주위를 정리하였다.

? “자, 두 분은 밥 준비하고, 최형 베드로 씨, 박 바오로는 나를 따르시오, 배 수리를 알아봅시다.”

? 우리가 제주도에 표착한 것이 9월 28일, 8월 31일에 상해 오성을 떠났으니 29일 만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조선의 땅이었다. 나는 이튿날 용수리라는 곳에서 감사의 미사를 드렸다. 죽을 위험에서 구해주심에, 조선에 첫발을 딛게 해주심에 감사드렸다. 그리고 다음 날은 기원미사도 올렸다. 앞으로도 산 넘어 산이 계속될 것이다.

? “김 신부 이제부턴 정북향이지? 해안선에서 멀어지지 않게 육지가 보이는 데까지만 나가자고.”

? 한쪽에서 저속하게 쑥덕거리는 소리처럼 어찌 보면 이 라파엘 호라는 배는 비실비실 수명장수형인 모양이다. 돛대를 세우고 갑판을 수리하니 또 의연한 배의 모습니다. 대건은 만일을 대비해 양식과 마실 물을 충분히 준비해 왔다.

? 만반의 준비로 제주도를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10월 11일 드디어 커다란 강어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해로 난 강이라면 한강일 거라고 했다. 그랬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들어가 보아야 했다. 우리는 먼 바다에서 지켜보다 야음을 틈타 진입하기로 했다. 선발대로 대건 신부와 최형이 먼저 상륙했는데 자정을 훨씬 넘겨 돌아와 보고하는 말이, 한양이 아니라 금강 어귀인 충청도 강경이라고 한다. 강경 땅은 최형이 전에도 두어 번 다녀간 곳이라 어려Q지 않게 근방의 나바위 교우촌과 신자 집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형이라는 사람은 순교한 모방 신부도 심부름꾼으로 썼다는데 눈치도 있고 싹싹한 사람이 볼수록 괜찮아 보인다.

? “오우, 이게 앵베르 주교님이 말씀하신 천사의 날개라는 거구나!”

? 육지에 닿자 우리 프랑스인들에게는 조선의 상복이 입혀졌다. 아무리 축시(丑時)가 넘어가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방갓을 쓰면 우산처럼 어깨까지 내려오는 것이 그만이고, 무엇보다 상복을 입은 사람에겐 말조차 걸지 않는다는 것이 막 부모를 여의고 슬픔에 잠겨있을 상제(喪制)에 대한 유교적 예의라 했다. 우리는 조금씩 거리를 두고 마침내 한 교우의 집에 도착하였다. 교우의 주택 중 그나마 골랐다고 하는데 내 키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낮은, 흙벽돌 벽면이 그대로인 토방이었다. 거기엔 이미 교우촌의 회방쯤 되는 이가 조아리고 있다가 큰절을 해왔다. 두 신부에게도 하려는 것을 대건이 만류했다. 최고 어른께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늘께 감사, 하늘께 감사!”

? 갑자기 교우촌 회장이 무릎을 쳤다. 대략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다가는 손을 모으고 하늘께 감사를 올리는 것이다. 대관절 우리의 고통스러웠던 표류가 무슨 감사 거리라도 된다는 말인가, 하며 그 입이 다시 열기만을 기다렸다.

? “모르셨겠지만… 사실은 얼마 전 한강에 영국 군함이 나타나 대소동을 피웠어요. 온 도성과 조정이 발칵 뒤집히고…. 경비가 얼마나 삼엄해졌는지 물샐 틈조차 없다는 겁니다. 만약 주교님 배가 아무 일도 겪지 않고 곧장 한강에 닿았더라면 백이면 백 발각되었을 겁니다.”

? 그렇다면 무엇이란 말인가, 태풍으로 예인줄이 끊어진 것도 한 달을 떠다니다 제주도에 표착한 것도, 여기가 한강이 아닌 것도, 하늘의 안배였다는 말인가?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로 인도하시기 위함이었다. 하늘께 감사! 또 감사…. 우리는 잠시 묵상 한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이렇게 역동적으로 함께 계시는 체험은 처음이다. 그분께서 이토록 생각하시는 교회, 조선을 잘 택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대건 신부는 그 순간에도 양업 부제 생각이 난다고 했다. 멀리 소팔가자에 있을 양업이 얼마나 열심히 기도해 주었으면 이리되었겠냐는 것이다.

? 기쁘지 아니한가. 조선의 맏이와 둘째가 이런 사이니 본 주교로서는 두 배로 경사스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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