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색순교, 백색순교, 녹색순교
우리나라 최초 방인사제이신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는 1845년 8월 17일 사제
품(司祭品)을 받고 입국하여 사목 활동을 하다가 일년만에 새남터에서 참수형으로
26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하였습니다. 김 신부님과 같이 처형 수단에 의해 순교하신
것을 '혈색순교(血色殉敎)'라 하겠습니다.
두 번째 방인사제이신 최양업(토마스) 신부님는 1821년 충남 홍주 다락골에서 태
어났으며, 1849년 4월 15일 중국 상해에서 신품을 받았습니다. 귀국하여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5개 도의 산간 벽지에 흩어져 있는 4,000여명의 신자들과 100여
개의 공소를 맡아 12년 간이나 사목 활동을 하였습니다. 최 신부님처럼 박해시대에
피를 흘리는 순교는 하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뜻이라면 언제라도 자기 피를 흘릴 혈
색순교의 각오"를 가지고 복음전파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백색순교(白色殉敎)'라
하겠습니다.
세 번째 방인사제 정규하(바오로) 신부님는 1896년 4월 26일 새로 설립된 용산 예
수성심 신학교를 졸업하고 뮈텔 주교의 주례로 강도영(마르코), 강성삼(라우렌시
오)과 함께 사제 서품되었습니다.
서품 후 강원도 횡성의 '풍수원 성당' 제2대 주임 신부로 임명되어 1943년 81세의
나이로 선종 할 때까지 47년 간을 그곳에서 사목하였습니다. 정규하 신부님처럼 박
해시대는 지나갔지만 "넓은 대지에 깊게 뿌리내리고 우뚝 선 상록수(常綠樹)"처럼
천수(天壽)를 다하여 신앙을 증거하고 자기를 봉헌하는 것을 '녹색순교(綠色殉
敎)'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나라 백성을 사랑하시어 오묘하게도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
게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드리게 하셨고, 최초 방인사제 세 분으로부터 '혈색순
교', '백색순교', '녹색순교'의 모범을 보이게 하셨습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우
리 교우들은 세 분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이어받아 "오늘의 순교는 땀
과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체험하는 것이라"는 각오로, 하느님께
서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다 바쳐 '나눔의 순교', '봉사의 순교', '사랑의 순교'를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