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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광옥(1741~1801 안드레아)	날짜	2005.09.27 10:14
글쓴이	관리자	조회	455
신유년(1801년) 8월 21일(음력 7월 13일)에 충청도의 김광옥(안드레아), 김정득, 전라도의 한정흠(스다니스라오), 최영겸(마티아), 김천애(안드레아) 등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김광옥(안드레아)는 내포지방 예산 고을 여사울의 부유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오랫동안 면장 직책을 맡았었다. 그의 아들 김희성(경서) 프란치스꼬 역시 순교자로 잘 양육시켜 경상도 일월산중에 숨어살다가 1815년 을해박해 때 체포되어 대구로 이송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비록 훌륭한 자질을 타고났으나, 지나치게 사나운 성질로 인하여 그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하였다. 약 50세 되었을 때에 거의 한 동네에 살던 이존창(루도비꼬 곤자가)에게서 천주교를 배워 모든 이가 몹시 놀라는 가운데 입교하여, 외교인들의 이목에도 상관치 않고, 드러나게 교회의 본분을 매우 열심히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자기 집안뿐만 아니라 동네의 많은 친구와 외부 사람들도 입교시켰다. 어떤 계절이건 매월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아침, 저녁기도를 함께 드렸다. 김광옥 안드레아가 교리를 설명하는 일도 자주 있었는데, 그는 자기 말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열렬한 신앙이 생겨나게 할 줄을 알았다. 사순절에는 엄한 금식을 하고 여러 가지 극기의 행위를 실천하였다. 그리고 그는 여러 가지 천주교의 덕행을 매우 부지런히 닦음으로써 마침내 자신의 성격을 완전히 개조하여 사람들은 그가 젖먹이같이 되었다고 말할 지경이었다.1801년의 박해가 서세게 일어나자 그는 공주 무성산 산골로 피해 들어갔다. 그러나 1월부터 밀고되어 이내 자기 본읍 포교들에게 잡혔다. 그는 그때 이렇게 말하였다. "집에 앉아 기다린다는 것은 나로서는 매우 무모한 집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약한데 내 힘을 믿는 것 같았을 터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피해서 위험을 모면해야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순교하는 것이 내 가장 큰 원이다. 오늘 잡힌 것은 오직 천주의 명으로 된 것이니, 매우 기쁘다." 과연 마음 속 이 천상의 기쁨이 그의 얼굴과 행동에 밝게 나타나 포졸들과 다른 목격자들까지도 놀랄 지경이었다. 관장은 즉시 그를 신문하고 비겁하게 도망한 것을 나무라며 공범자들을 댈 것과 천주교 서적을 내놓을 것을 명하였다. 김광옥 안드레아는 "저는 동교인들이 많습니다만 그들을 알려 드리면 저와 같이 취급하실 것이므로 아무 말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관장은 성이 나서 고문을 배로 더 하게 하였고 김광옥 안드레아는 의식을 잃었다. 형리들은 그런 그를 큰 칼을 쒸워 옥으로 데리고 갔다. 두 번째 신문에서도 관장은 똑같이 잔인하였고, 김광옥 안드레아도 똑같이 용감하였다. 김광옥 안드레아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또의 모든 언약도 모든 위협도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는 제게 물어보지 마십시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따르지 않습니다. 저는 제 대군대부(大君大父)를 배반할 수 없습니다. 만 번 안 됩니다. 임금과 부모에 대하여는 밖에 드러나는 행동이 마음에 있는 감정과 서로 조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천주께서는 비밀한 생각과 감정과 의향을 보고 계시모로, 그 분 앞에서는 마음 속으로라도 죄를 지을 수 없습니다. 사또께 모든 것을 말씀드렸으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관장은 형리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몽둥이와 치도곤으로 그를 치게하였으나 헛일이었다. 세 번째 신문에서도 그와 같은 고문을 다시 시작하였으나 역시 헛일이었다. 사람과 지옥의 악의보다도 더 강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섬기는 자의 힘을 북돋아 주셨다. 관장은 기가 막혀 말하였다. "아니, 도대체 너는 죽는 게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 너는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고 재산도 있다. 네가 한 마디만 하면 돌아가 그것을 다시 눌 터인데, 어째서 형벌 중에 쓰러지려고 고집하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삶과 죽음이 저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천주를 배반할 생각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각기 처지가 다릅니다. 임금님의 녹을 받는 사또께서는 그분의 명령을 따라야 하고, 저는 다만 사또께서 그 명령을 집행하시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비록 매를 맞아 죽는다 하더라도 저는 결심이 서 있습니다. 만 번 죽을지라도 아무 다른 대답도 드릴 수가 업승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관장은 몹시 화가 나서 그에게 모진 매질을 시키고는 사형선고에 서명을 하라고 명하니, 김광옥 안드레아는 기쁨으로 얼굴을 빛내며 자기의 행복을 천주와 동정 마리아께 감사드렸다. 옥으로 다시 끌려온 그는 낮이나 밤이나 드러내 놓고 기도를 드리며, 기회가 있을 때에는 외교인들에게 천주교의 진리를 폈다. 얼마 후 김광옥 안드레아는 도(道)의 병사(兵使) 주재지인 청주 병영으로 이송되었다가 거기서 서울로 다시 이송되어, 그 곳에서 최종 결안이 내려진 것 같다. 조정의 명령이 그를 출신 고을인 예산 읍내에서 처형하라는 것이었으므로 자기와 같은 날 판결을 받은 친척 김대춘과 함께 길을 떠났는데 기대춘은 예산과 인접한 대흥 고을에서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길을 가는 동안 서로 격려하다가 갈림길에 이르러, 각기 참수를 당하기로 되어 있던 시간인 이튿날 정오에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이 마지막 대화가 얼마나 감동적이었겠으며, 구세주 예수의 품안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나눈 그 작별 인사는 얼마나 감격적인 것이었겠는가? 이튿날, 무려 일곱 달 동안의 옥살이로 갖은 고통을 당한 김광옥 아늗레아는 들것에 실려 형장으로 운반되었다. 거리를 지나며 그가 큰 소리로 묵주신공을 드리니 구경꾼들이 말하였다. "참 이상한 일이로군. 죽는 것이 좋아서 노래를 부르며 형장으로 가는군." 김광옥 안드레아가 이 말을 듣고 "그건 내가 오늘 천주 곁으로 가서 끝없는 복락을 누리게 됐기 때문이오."하고 대답하였다. 지정된 장소에 이르러, 그는 "내 기도를 마치지 못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오."하고 말하고 나서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기도를 미치고, 머리를 받치게 되어 있는 나무토막을 자기가 집어다 머리 밑에 놓고 몸을 숙였다. 망나니가 헛쳐서 어깨밖에는 다치지 않았다. 김광옥 안드레아는 벌떡 일어나 손수건으로 피를 닦고 다시 자기 위치로 돌아가 "조심해서 머리를 대번에 자르도록 하게"하고 말한 뒤, 더할 수 없이 침착하게 그의 제헌(祭獻)을 완성하여 주는 마지막 칼질을 받았다. 때는 1801년 8월 25일(음력 7월 17일)이었고, 김광옥 안드레아의 나이는 60세 가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