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회원가입  |  로그인  |  사이트맵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우리들의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제목 빈손의 영광 날짜 2005.08.25 15:12
글쓴이 관리자 조회 921
정채봉 에세이 '좋은 예감'이라는 책속의 글입니다. 함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___[빈손의 영광]___성모님의 곡예사/아나톨 프랑스

프랑스 루이 왕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바르나베라는 가난한 곡예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재주를 넘고 곡예를 부리면서 이 고을 저 고을로 떠돌아다니며 살고 있었습니다.
바르나베가 먹고 사는 방법이란 이렇습니다.
장날이면 사람들이 많이 자나다니는 장소에다 낡아빠진 자리를 펴놓습니다. 그리고는 우스개 이야기를 시작해서 사람들을 모은 다음에 물구나무를 섭니다. 이때부터 바르나베의 기찬 재주가 나오는 것입니다.
구리 공 여섯 개를 공중에 던져 발로 받는가 하면 칼 열두 자루로 칼춤을 추어댑니다. 그럴때면 탄복하는 소리가 구경꾼들 속에서 터져나오고 여기저기서 던져지는 동전이 있습니다.
그러나 곡예사의 생활이란 대부분 다 그렇듯이 바르나베의 형편 또한 항시 초라하기만 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겨울이나 장마철이 되면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번번이 장이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경꾼들 또한 조무래기 아이들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곡예를 하지 못한 바르나제는 돈이 없어서 저녁밥도 먹지 못하였습니다.
바르나베는 어디 잠잘 헛간이라도 없을까 해서 두리번 거리며 걷다가 수사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말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여보세요."
수사가 곡예사를 향해서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릿광대의 옷을 입었는데 혹시 연극에서 곡예사의 역이라도 맡고 나가는가요?"
"아닙니다. 신부님."
바르나베가 대답하였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바르나베라는 곡예사올시다. 날마다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을 것입니다."
"바르나베 씨, 말조심하십쇼."
수사가 말을 이었습니다.
"수사보다 더 좋은 직업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항시 하느님과 성모님과 성인들을 찬양하는 찬가만을 부를 뿐 아니라 어디서나 천주님을 기리는 일에만 종사하니까요."
바르나베는 부끄러워하며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신부님, 아무것도 모르는 제 말을 용서해 주십시오. 신부님의 직업은 저의 직업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훌륭합니다. 신부님, 저도 신부님처럼 날마다 성모님을 찬미하며 살고 싶습니다. 성모님께 미사의 노래를 불러드릴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수사는 곡예사으이 소박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르나베 씨, 나하고 같이 갑시다. 내가 원장으로 있는 수도원에 넣어주겠소. 이집트 여인 마리아를 사막으로 인도해 주신 그분이 나를 당시니의 길로 데려다주신 것이오."
그리하여 바르나베는 수사가 되었습니다.
바ㅏ르나베가 있는 수도원의 수사들은 모두들 하느님이 주신 지식과 기술을 하느님께로 더 높여서 바치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원장은 성모님의 덕을 다룬 원고를 썼고, 모리스 수사는 송아지 가죽에 그 글을 베꼈으며, 알렉산드로 수사는 거기에 알맞은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르보드 수사는 끊임없이 돌을 깎고 있었는데, 그의 머리와 수염은 항시 돌가루로 허옇게 덮여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수도원에는 시인 수사와 음악가 수사가 있어서 동정녀 마리아를 찬양하는 시를 읊고 음악을 연주하였습니다.
이처럼 모든 수사들이 다투어 성모님을 기리며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을 보자, 바르나베는 자신의 무식함과 단순함에 대해 몹시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슬프다."
바르나베는 그늘 없는 수도원의 작은 뜰을 거닐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밖엔 성모님께 사랑을 바칠 수 없다. 다른 유식한 수사들처럼 당당히 성모님을 찬양할 수 없으니 이 얼마나 불쌍한가. 아아, 슬프도다. 나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인간이로구나. 성모님, 저는 성모님을 섬기기 위해 설교도 할 줄 모릅니다. 원고도 쓸 줄 모르고 그림도 그릴 줄 모릅니다. 조각을 할 줄 모르고 시도 지을 줄 모릅니다. 음악도 연주하지 못해요. 나는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아! 저는 정말로 불쌍한 인간입니다."
그는 늘 슬픔에 잠겨서 지냈습니다.
하루 저녁에는 수사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아베마리아'밖에 읊을 줄 몰랐던 어눌수사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수사는 살았을 때는 다른 수사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았으나, 그가 죽자 그 수사의 입에서 다섯 송이의 장미꽃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르나베는 성모님의 어지심에 다시 한번 감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슬픔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성모님을 영광되게 해드릴 자기의 일거리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바르나베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눈을 떴습니다.
바르나베는 성당으로 달려가더니 거기서 한 시간 이상이나 혼자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혼자서 성당에 갔습니다.
그날부터 바르나베는 성당에 아무도 없을 시간이면 꼭꼭 혼자서 성당에 다녀오곤 하였습니다. 다른 수사들이 맡은 일, 시를 짓거나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그 시간에 바르나베는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전처럼 슬퍼하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눈은 빛났고 걸음걸이도 활기에 찼습니다.
바르나베의 갑작스런 변화가 다른 수사들의 호기심을 꿀었습니다. 더러는 왜 바르나베가 자주 없어지는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수도원자은 직책상 수사들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수도원장은 바르나베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낼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바르나베가 여느 때와 같이 성당 안에 혼자 틀어박혀 있을 때 수도원자은 수도원의 가장 나이가 많은 수사 두 사람과 함께 문틈으로 성당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들은 바르나베가 성모님의 성단 앞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구리 공 여섯 개와 칼 열두 자루로 재주를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순지니한 바르나베가 성모님을 섬기고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단 하나뿐인 재주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고참 수사는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지라 바르나베를 끌어내고자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바르나베가 곡예를 마치고 일어나자 성단 위의 성모님이 가만히 계단을 걸어 내려와 푸른 성모님의 옷자락으로 바르나베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씻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수도원장은 얼굴을 돌바닥에 대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마음이 청결한 이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느님을 볼 것이오."

* 살다 보면 신한테 감히 대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가기 어렵게 합니까?'
'왜 이런 기구한 만남이 있습니까?'
'왜 이렇게 불공평합니까?'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도대체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그런데도 신은 침묵만 하고 있습니다. 답답하다고 생각하면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신의 침묵은 우리들 인내 너머에 있습니다. 신의 수수께끼는 우리가 푸어야 하는 우리의 몫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들에게 '자기 꽃'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제비꽃이 자기의 꽃이 초라하다고 하여 팬지꽃을 빌려서 올리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채송화가 자기의 꽃이 작다고 하여 큰 해바라기를 빌려서 올리는 것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 제비꽃은 베비꽃대로 채송화는 채송화대로 최선을 다하여 피워 드러냄을 하느님은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니다.
목록 수정 삭제 쓰기
개인정보보호정책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이용약관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 10번지 충무빌딩 313호    Tel:02-2269-2930    Fax:02-2269-2932    Email:wonjuse@hanmail.net
COPYRIGHT DOMA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