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der=0>약간 의외란 생각이 들었으나 유품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종완 사제가 바로 성서(聖書)의 신·구교 공동번역 주관자였기 때문이다. 1955부터 1976년까지 신구약 성서를 번역해 냈다.
한글과 영어는 물론 라틴어 성경에 독일과 이탈리아·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성경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이탈리아 로마의 울바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카톨릭신학대학교 교수로 연구한 삶이 이처럼 큰 결실로 남게 된 것이다.
생전에 쓰던 유물과 유품들이 하나같이 수수하기만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공동번역을 할 때 쓰던 책상 일조와 수십 권으로 묶은 성경 번역의 초고(草稿)들이 고스란히 진열되어 있는 점이다. 목재로 된 작은 책상은 다시 양옆과 앞부분을 이어서 접부채를 펴놓은 것처럼 손수 만들어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 착상(着想)이 기발하면서도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곳곳이 해지고 닳아져 보잘 것 없는 책·걸상이지만 선사제가 얼마나 검소하게 열심히 살았는가를 충분히 알 수가 있다.
반질거리는 책상 바닥을 만지니 체온이 따사하게 느껴진다. 일부러 열쇠를 가져다가 안내해 준 수녀의 마음도 알 것만 같아 가슴이 훈훈해진다.
vspace=10 border=0> 성당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 몇 그루가 역사를 증명하듯이 서 있다. 서쪽에는 강당을 비롯한 부속 건물들이 들어서서 오랜 역사와 함께 그 규모를 말해 주고 있다. 남쪽 마당에는 2m가 넘는 큰 바위로 로렌조 사제 탄생지 표지를 세워 놓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서 본당 옆의 기도하는 하얀 석고 여인상이 눈에 띄였다. 성모 마리아에게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 나도 그녀처럼 인간 구원과 함께 국가 민족의 화합과 발전을 기도해 본다. 종교인이 아닌데도 돌아오는 마음은 편안하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용소막마을 홈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