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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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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히말라야에 다녀오니 대림 3주일이라 날짜 2002.12.30 16:52
글쓴이 고석준 조회 630
고석준 조회: 9
제목 히말라야에 다녀오니 대림 3주일이라
IP : 203.231.8.192 글 작성 시각 : 2002.12.17 23:44:46


다녀오니 대림 3주일이라.

상하가 짧고 좌우로 긴 감자 모양의 네팔 나라, 그 북쪽 국경을 길게 형성하고 있는 히말라야는 대충 3개의 지역으로 나뉩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에베레스트 지역, 서쪽으로 안나푸르나 지역, 그리고 그 가운데에 랑탕 지역이 있습니다. 저는 아일랜드 피크 정상을 등반하는 8인의 팀을 따라 동행 5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지역을 찾아 중간꺼지 트레킹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중간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은 에베레스트 산줄기의 초입인 셈이지요.

사진에서나 보던 8000m 이상의 고봉들이 늘어선 산세에 들어서는 것 부터가 흥분이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프로펠라 경비행기를 타고 40분을 날다가 달리 내린다는 기분이 없이 그저 산중턱에 부딪치는 듯 닿고 보니 그곳이 루크라 (2840m) 라는 산촌. 다시 뜰때는 활주로의 끝이 절벽이라 마치 항공모함 갑판과 같은 스릴의 이착륙. 거기서 부터 고산증의 일종으로 가슴이 뻑뻑한 느낌이 오더군요. 거기서 천천히 걸어 내려가 팍팅 (2610m) 에서 1박, 다음 날 가파르게 올라가 남체 (3440m) 에서 1박, 여기서 하루 쉬며 찾은 곳이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상보체 (3720m), 다시 길을 떠나 탕보체 (3860m)에서 1박한 후, 딩보체 (4410m)까지 이르렀으나 심한 고산 증세를 보이는 동행이 생겨서 더 이상 오르려던 꿈을 접었습니다. 등반 팀과 헤어져 되돌아 하산 길을 떠났지요. 그리고 3일 만에 루크라로 돌아와 마지막 밤을 보내고, 프로펠라 힘으로 카트만두 (1350m)로 나왔다가, 그길로 안나푸르나 지역인 포카라 (890m)으로 날라가 거기서 꿈같은 3박4일의 휴식과 관광을 취하고 돌아왔습니다.

조금씩 오를수록 점점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는 고산준봉의 만년설, 정상의 그 눈이 녹아 계곡을 따라 흐르는 암청색의 물길. 침묵의 눈이 녹으면 저렇게 요란한가 싶던 물소리. 그 물을 건너는 아슬한 다리들. 짐 나르던 야크 무리, 그리고 야크가 진 무게만한 50kg이상의 무거운 짐을 지고도 우리보다 걸음이 빠른 현지인들, 그들은 사실 두발로 걷는다는 것 외에 야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중에 제 짐이 담긴 파란 색 가방을 지고 나르다가 넘어져 무릎에 5바늘 짜리 상처를 입었지만 아무런 의술을 받지 못하고도 해맑게 웃기만 하던 15세 소녀 왈샤 (저희 트레킹 팀이 부르던 이름). 그리고 산비탈에서 잡초를 뜯던 야생 산양들...눈을 감으면 오히려 선합니다.

그러나 정작 저에게 산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저처럼 높은 산을 기어오르느라 헐떡이다 뒤처져 시간 늦게 떠서는 민망한 지 그 깊은 계곡을 잠시 비추다 말고 지는 해, 그리고 그 해가 지고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비로소 자신들의 세상을 구가하는 주먹만한 별들이었습니다.

그 해가 비추는 햇살이 얼마나 강렬한지 해만 뜨면 기온이 오르는 것이 계절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마치 짧은 1일 1생을 최선을 다해 살려는 듯 자신의 힘을 절실하게 다 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산에는 해가 떴을 때와 졌을 때, 그 짧은 사이, 그리고 양달과 응달에, 아 글세,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매일 반복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별. 아 맞아요, 하늘에는 별밭이 있었습니다. 히말라야는 세상 몰래 하늘에 별씨를 뿌리고 공들여 가꾸고 있었습니다. 그 별들이 얼마나 탐스럽게 익었는지 밤이 되면 그 산은 온통 별 냄새입디다. 별, 별, 별, 별들. 별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더군요. 별은 탄탄한 일상을 허물고 잠시 누릴 별과의 대화를 위해 귀한 딸같은 세상의 안락을 바꾸어보려는 요량으로 산에 들어 간 몇몇 겸손하고 당찬 마음, 그러나 속은 두려워 조심스럽게 한발씩만 디디는 모험심에만 자신의 향기를 슬며시 나누어주는 것이더군요. 맞아요, 별을 보려면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올려다 봐야지요. 항상 뒷목이 아프도록 이웃과 세상을 올려다 보는 마음에 별은 비추입니다.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포카라는 카트만두 서쪽 200km, 경비행기로 30분 거리입니다. 위도가 낮고 해발이 낮은 편이라 내리니 봄이 화창할 뿐입니다. 촬스 황태자도 묶고 갔다는 Fish Tail Lodge에 가려면 포카라 시 서쪽 한편을 막고 있는 Phewa 호수의 여울목을 건너야 합니다. 그렇게 깊은 유서와 뗏목을 타고 건너야 호텔에 닿는 운치가 아니더라도 막 산에서 내려온 저희 거지들에게 어디가 천국이 아니겠어요. 그 동네 한식당 사랑산에서의 허겁지겁 점심, 그리고 더운 물 목욕과 빨래는 환상과 행복,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동네에 [사랑콧]이라는 산이 있어요. 직역하면 The Fort of the Sword. 나지막하니 그저 1595m. 우습죠. 이건 여기서 산도 아닙디다. 그저 동네 언덕이예요. 황소가 등비비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차를 타고 30분, 저희 걸음으로 45분 오르니 벌써 정상이라 더 갈데 없어 다리가 근지러운 저희는 제 자리 걸음을 하며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동행들은 산에서 보는 일출이 바다의 그것과 또 맛이 다르다고 합디다. 저는 아침 잠이 많아 일출이라고는 난생 처음이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사랑콧 주위 그 캄캄한 하늘에 고산들이 숨어있어요. 그러다가 기다리던 태양이 우주의 제왕임을 과시하고자 산을 오르기 전, 우선 기슭에 당도하여 숨을 고르면서 먼저 뿜어내는 [빛고물] (이번에 제가 창조이래 처음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말되지요?)에 그놈들이 지레 겁을 먹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게 바로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생선 꼬리라는 뜻. 저희가 묶었던 Fish tail Logdge의 어원), [힘줄레], [람중히말] 등의 연봉입니다. 안나푸르나가 하나가 아니라 I, II, III, IV까지 있습디다.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있던 것이 민망한 듯이 만년설을 인 정상의 뺨이 분홍조를 띄기도 하더군요.

그때 별이 집니다. 별은 지는 것도 해와 달라요. 당당하게 위풍을 뽐내다가 제 무게에 기울어져 피를 뿜고 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용하게 자신이 앉았던 자리, 평생을 그렇게 지키고 있던 거기에서,그저 그렇게 아무 말없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별은 떨어지지 않아요. 떨어지는 것은 별똥입니다. 군인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맥아더 장군이 말했던가요? 바로 그겁니다. 그게 참 군인의 나고 지고 살고 죽는 태생적 운명임을 알게됩니다. 실은 그렇게 여성적인 별이 바로 가장 남성적인 군인의 표상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아 그래서 장군의 칭호가 별이군요.허기사 그러고 보니 성서에서는 언제나 별의 무리와 천사의 무리가 군대로 표현됩디다.

별이 지는 것을 보셨나요? 태양의 탄생보다 더 아름다운 별의 퇴장이 거기 있더라고요. "별이 지고 이 밤도 가고나면 내 정녕 당신을 잊어주리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이 노래의 가사가 해발 1595m에서는 왜 이리 새삼스레 다가오며 사색의 불씨가 돠었는지 모릅니다. 낮과 밤을 아시나요? 강제적이고 무차별적인 한낮의 태양과 수동적이고 선택적인 별들의 사랑이 자리를 바꾸는 정열과 새침을 반복, 그 우주의 변덕을 아시나요? 그때 별이 집니다. 그렇게 별이 진다니까요.

돌아오니 대림 3주일입니다. "어찌하여 세례를 베푸는 거요?" 이런 성구를 담은 오늘 요한복음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세례를 받은거요?

저는 이제껏 세례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해왔어요. 청산과 재개, 그것이 세례라고. 그런데 산에서 내려오니 다른 생각이 듭니다. 해와 별이 언제나 우리에게 있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을 일깨워 주듯이, 오늘 복음이 이렇게 가르칩니다. "당신들 가운데 서 계십니다." 맞아요. 세례는 우리 가운데에 계신 그분을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신앙에 열심이라고 해서 출가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집에 계신 그분을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파랑새를 찾아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저에게 친숙한 우리 가족과 동료와 친구들 안에서 그분을 만나는 것입니다.

대림절이란 산에 오르는 것입니다. 히말라야에 가서 해을 다시 만나고 오는 것도 대림이요, 새벽에 일어나 별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대림입니다. 매일 매일 떠오르는 해를 다시 바라보고 감격할 진대, 먼저 잠든 가족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면 하느님의 은총에 감격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지니 그 또한 대림이요, 매일 새벽 슬며시 지는 별을 바라보며 눈이 젖을진대 평생 친구들의 우정과 동창의 인연을 되새겨보면 이를 섭리하신 하느님께 감읍하며 우리 존재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솟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공기가 희박한 높은 산에서 헐떡이던 숨이 생각납니다.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겨우 몇 발자국 옮기려면 다시 가슴이 아파오고 숨이 차올라 주저앉고 말던 이른바 고산병, 이 병때문에 넉넉한 산소를 쉬고 산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되었습니다. 아아, 병은 사색이요, 병은 성숙이요, 병은 께침이요, 병은 은총이라.

저희는 산에서 매일 봉헌한 미사를 통해서 도마회원들을 위해 기도했고, 특별히 12월 8일 피정 날 기도 중에 함께 하였습니다. 높은 곳에서 드린 기도라서 반드시 하느님께서 분명 들으셨을 것입니다.

성탄이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과 몸, 살고 일하눈 자리에 그 옛날 베들레헴 외양간을 비추던 별이 멈추기를 빕니다. 미몽의 눈에 보이지 않던 하느님 창조와 사랑의 고산준봉들이 서서히 우리 망막에 자리하기 바라고, 그렇게 그 별이 지고나면 은총의 태양이 둥실 떠올라 우리의 새해를 비추도록 축원합니다.

새해에 저는 다시 가고자 합니다. 함께 가는 분이 계시면 좋겟습니다. 안나푸르나 쪽은 해발이 높지 않아 고산증이 없고 노인들도 쉽게 간다고 합디다. 골프도 있고 좋은 한식도 있고 무엇보다 가격도 낮습니다. 거기 가면 우리 함께 쓰잘 데 없는 세상의 모든 욕심, 미움, 애착,....

정녕 잊어주리라, 해와 달과 별과 스치는 바람에 감읍하여 신심이 북받치니 오직 주님만을 섬기며, 은총에 영혼 젖고 기쁨에 눈 젖어 살리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대림 3주일 저녁 사나긴 고 석준 올림.





CHUNGKJ : 고신부님 잘 읽었읍니다 사진보여주세요 참 잘다녀오셔읍니다 돈암동 정국진(요한) (12/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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