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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제목 천국번호? 지옥번호? 날짜 2002.12.30 16:10
글쓴이 나명숙(아녜스) 조회 715
나명숙(아녜스) 조회: 20
제목 천국번호? 지옥번호?
IP : 211.215.242.224 글 작성 시각 : 2002.09.15 20:25:03


천국전화번호? 지옥전화번호?

지난 일요일(18일) 원주교구 제천 남천동 본당 신부님이자 도마회 지도신부님 중의 한 분이신 김 영진 신부님께서 미사 중에 내신 퀴즈입니다.
천국 전화번호는? 73-4627
지옥 전화번호는? 11-1111

가난한 원주교구를 도와 주로 성당신축을 돕는 일을 하는 도마회 모임이 서울의
몇몇 성당 신자들 사이에서 발족된 지 약 20년 되는데, 회원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도마는 우리 나라 제 2 대 신부님이신 최 양업 도마 신부님의 본명을 딴 것입니다.
그 분이 전국 방방곡곡을 숨어 다니며 전교하시다가 길에서 병을 얻어 돌아가셨기 때문에, 한국 천주교에 지대한 공을 이루셨음에도 성인품에 오르시지 못한 점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 분의 뜻을 본받아 성당을 신축하는 지역 신자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어주자는 뜻이지요. 둔내 성당, 예술성당으로 알려진 대화 성당, 임계 성당, 주천 성당, 그리고 지금 제천의 신백동 성당 등이 제가 남편따라 함께 이름을 익히게 된 성당들입니다.

지도신부님들은 세 분, 유신 때 지 학순 주교님과 함께 옥살이를 하셨던 최 기식 신부님, 러시아에서 탈북자 사목을 하신 고 석준 신부님, 제천 남천동 본당 주임
신부님이신 김 영진 신부님. 세 신부님 모두 독자적인 카리스마가 대단하신 분들로서, 뵈올 때마다 정신이 번쩍 새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해마다 5월에는 봄나물 잔치, 8월에 옥수수 잔치, 10월에는 서울에서 영성을 위한 피정으로 전회원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정기 행사를 합니다.
봄나물 잔치와 옥수수 잔치는, 도움을 받는 성당 신자들이 손수 산에서 캐 말린 봄나물과 손수 키운 옥수수를 삶고 강원도 특유한 음식을 장만하여, 우리 회원가족들을 초대하는 잔치입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를 은인이라 부르면서... 우리는 그 분들의 정성어린 대접을 받으며 오히려 은혜를 입고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이번 옥수수잔치는 예년과 달리, 김 영진 신부님과 남천동 성당 신자들의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신앙 선조들의 발길을 더듬어 보는 좀 힘들지만 보람된 여정이었습니다. 서울서 7시에 출발해 9시 반에 울고 넘는 박달재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 (14처)를 바치며 산을 넘어(750미터고지), 선조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주론산 골짜기에서 11시에 야외미사를 봉헌하고, 다시 능선을 따라 배론 성지까지 걸어서, 그곳에서 버스로 남천동 성당까지 가서 2시에 늦은 점심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능선이 제법 가파라서, 숨이 턱에 차 올라 주저앉고 싶을 때,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도록 14처를 미리 표시를 해 놓아서, 기도하는 시간이 땀들이고 숨 고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쉴 새없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주저앉고 싶을 땐, 옛 선조들이 길도 없는 이 곳을 그것도 포졸들의 눈을 피해 밤중에 다녔던 고난을 상상하니 다시 기운이 솟았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배론 성지의 모습은 참으로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날까지 비가 몹시 쏟아져 걱정을 했는데, 어쩌면 하늘이 그렇게 파랗게 높아져 있는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서울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더라구요.

겸손되이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하여 주님께 좀더 가까이 가자는 신부님들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드리는 산골짜기에서의 미사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자연과 하나되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배고픈 서울 손님들을 위해 미리 삶아 두 개씩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던 따끈한 옥수수를 받아들고 정신없이 하모니카를 불며 배론으로 향해 다시 강행군. 식구가 200명이 넘다 보니 예정시간보다 많이 지체되어 3시 다되어 배론 성지에 도착하고, 다시 남천동에 도착한 것은 3시 반. 그러니, 그 옥수수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맛있고 귀한 음식이었지요. 그곳 신자분들이 땀흘리며 준비하신 구수한 메밀부침, 맛깔스런 시골김치, 취인절미, 호박넣은 노란 백설기, 밤새 끓이는 냄새 때문에 성당 주변 동네 개들이 짖어대어 잠을 설쳤다는 백숙(닭 50마리), 보신탕(개 5마리)...
음식도 음식이지만, 상냥하게 웃으시며 푸짐하게 얹어주시는 그곳 자매님들의 넉넉한 마음에 더욱 감동받았습니다.

이날 정말 은총의 하루였습니다.

참, 천국의 전화번호가 73 - 4627인 이유 : 성서 신구약 합쳐서 73권, 구약 46권, 신약 27권.
지옥의 전화번호가 11-1111인 이유 :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제일이라고 믿는 교만한 사람들이 가는 곳.

추신: 이 어줍쟎은 글은 저의 고등학교 동기 홈페이지에 도마회를 알리기 위해 올렸던 글입니다. 남편(김 용철 스테파노)의 성화에 늦었지만 부끄럼을 무릅쓰고 올립니다.
홈페이지 운영에 애쓰시는 고 석준 신부님과 도마회 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잠원동 본당 나 명숙 (아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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